Chicago TRVL NOTE #8 - "Galleries and Museums"

Octo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시카고에는 다양한 뮤지엄과 갤러리가 위치해있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미술대학인 SAIC(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를 포함해 Columbia College, IIT, Loyola University 등 미술, 디자인 등의 교육기관이 있다. 특히 SAIC은 Fine Art, Sculpture 등의 학과가 유명하며 전에 소개한 Art Institute of Chicago와 함께하는 대학이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덕분에 학기 중에는 길거리의 학생들도 많이 볼 수가 있다. 관련자가 아니면 출입이 어려운 대학 건물이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SAIC을 둘러볼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9월에 방문할 당시에는 학기가 시작된 시점이라 건물 안에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고 강의도 진행되고 있었다. 캠퍼스가 있는 종합대학들과는 달리 다운타운의 건물을 캠퍼스 삼아 쓰는 SAIC의 분위기는 마치 오피스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건물 내 인테리어는 영락없는 미대임을 말해주는 재미난 요소들이 많다. 이곳 저곳에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몰래 문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강의를 살짝 엿보기도 했는데, 굉장한 소수의 인원의 클래스가 진행된다는 점이 나로선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무리 적어도 스무명 이하의 수업은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주는 효과가 궁금하다.



SAIC의 도서관은 보물창고다. 수많은 디자인 서적들이 빽빽히 꽂혀있다. 알록달록한 커버, 큼지막한 헬베티카 서체의 북타이틀, 들쭉날쭉 저마다 개성넘치는 책의 크기. 멀리서 봐도 한번에 "나는 디자인 서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 또한 자유분방하다. 학생들의 옷차림이라던지, 쉬고 떠드는 모습으로부터 내가 다니는 종합대학과는 사뭇다르다. 어릴적부터 내 마음 한 곳엔 미대 진학에 대한 열망이 있었을련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신기하기만 하고, 이곳에서 나와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하는 이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Art Institute of Chicago(AIC)과 더불어 시카고의 유명한 뮤지엄으로 Museum of Contemporary Arts(MCA)가 있다. 시카고의 분주한 거리인 Magnificent Mile의 Water Tower 옆에 위치한 커다란 뮤지엄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많은 전시를 못봐서 두 뮤지엄을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MCA가 이름답게 현대미술 전시에 중심을 두는 반면, AIC는 아프리카 부족 유물전부터 시작해서 현대 사진전,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 회화, 조각, 사진 등의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를 한다. AIC는 규모가 상당해서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도 하다. 최근에 완공된 West Wing의 면적까지 포함하면 거대한 전시 공간을 갖는 뮤지엄이다.



이곳 MCA에선 Jeff Koons, Jenny Holzer 등의 전시등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두개의 전시 모두 굉장한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들도 가득차있다. 특히 Jeff Koons의 작품들이 기억난다. 겉으로 보면 튜브가 다름없는데 만져보면 튜브는 커녕 단단한 쇳덩어리다. 전혀 다른 소재를 써서 눈으로 모이는 질감을 원래의 그것과 전혀 다르게 포장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들이 이렇다. 순수한 마음에... 정말 몰래 0.5초 만져봤다. MCA 미안.

MCA의 또다른 재미로는 두 층에 걸쳐 위치한 MCA Store의 다양한 디자인, 미술 관련 물품들이다. 이곳에선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는데, 디자인 스토어답게 신기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들로 가득하다. 선물해 주고 싶은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오래 있다간 집에 돌아갈 차비도 없을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UIC(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종합대학 중 하나로서 다운타운의 서쪽에 위치하는데 캠퍼스의 크기가 꽤 넓은 편이다. 다운타운에 인접해 있는 덕분에 주말에 다운타운(나이트클럽)에서 이 학교 학생들을 자주 보곤 한다. UIC 블루라인 스테이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UIC에서 운영하는 Gallery 400이란 전시관이 있다. 건물 하나에 강의실도 있고 전시실도 있는 형태이다. 이곳에 특별전이 열린다고 하여 방문해봤다. (여기 오느라 고생 좀 했다. 지하철타면 바로 올 것을 괜히 동네 구경 한다고 버스 타고 왔다가 걸음만 더 늘어나고 무서운 10대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다니기도 했다)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당시에 전시되었던 주제가 생물과 관련된 것이라 위의 사진처럼 개구리에 특수 물질을 가미해 특이한 형광체의 사진도 전시하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본 전시 중에 가장 특이하고 유별난 것으로 기억한다. 




시카고 북쪽 멀리에 위치한 Loyola University가 운영하는 다운타운의 갤러리 LUMA. 미국 역사를 그려낸 다양한 작품들이 1층에 특별 전시로 소개되고 있었고, 2층에는 상설 전시로 특이한 형태의 유물들로 가득했다. 방문할 시기가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시점이였고 평일 2시 즈음인지라 그런지 방문객이 나 포함 2~3명에 불과했다. 2층에 올라갔을 때는 너무 조용해서 꼬로록 하는 소리가 홀 전체에 퍼질 정도였다. 2층의 안내원과 단 둘이 너무 조용한 곳에 아무말 없이 있으니까 너무 뻘쭘해서 괜히 말이나 걸고 그랬다. 사진 촬영이 거부된지라 갤러리 입구의 사진으로만 만족하자.



다운타운의 Columbia College가 운영하는 MoCP(Muse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는 이름답게 사진 전시를 하는 소규모 뮤지엄이다. 굉장히 멋진 사진이 가득하다. 미로같이 올라가는 구조도 독특했다. 단 한번 밖에 방문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역시 다운타운에 위치해있고 SAIC 건물 바로 근처에 있다. Roosevelt University가 운영하는 Gage 갤러리다. 상당히 작은 공간에서 전쟁과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었다. 관리인도 없고 나혼자 관람을 독차지했다. 사실 이 전시에서 느껴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당시에만 그랬는지 몰라도 감흥이 없어서 5분만에 나와버린 곳이다.




시카고 레드라인 스테이션 부근에는 다양한 디자인 회사와 갤러리들이 모여있다. 워낙 많이 있다보니 한번에 전부 다 둘러보긴 무리다. 그 중에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을 꼽는다면 Luminaire 쇼룸이다. 플로리다을 거점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인 회사로 가정과 사무실을 위한 다양한 가구, 디자인 소품들을 보여준다. 정말 끝내주는 것들이 많다. 쇼룸이 너무 멋져서 그대로 사서 내 방으로 쓰고 싶을 정도다. 3층에 걸쳐 쇼룸이 이어지는데, 가구들이 하나같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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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7 - "스테이트길에서 생긴 일"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구 다운타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카고의 스테이트 길(State St.)은 내게 이런 저런 추억을 안겨준 기억에 남을 장소다. 미국에서 물리적으로 "첫 발"을 디딘 곳이라 하면 억지 인연일까나. 잠시 머물렀던 호스텔도 바로 인접하여 있고, 미시건 애비뉴와 더불어 버스 노선과 지하철 역이 많기 때문에 시카고에서는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스타벅스 등의 커피샵, Chicago Theatre 등의 공연장, Borders, Macy's 백화점, Filene's Basement, TJ Maxx 등의 할인점 등을 비롯한 각종 쇼핑몰들이 밀집하고 레스토랑도 많기에 제법 붐비는 지역이다.




#1
STAPLES는 각종 사무용품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등, 여러가지 소모품도 함께 판매하는 곳이다. 시카고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물쇠가 필요해 찾은 적이 있다. 지금이나 당시나 R와 L의 발음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Locker를 찾아야함이 옳거늘 자꾸 Rocker로 전달이 되어 직원를 당황시킨적이 있다. 처음엔 나를 시카고에 오래 산 시민인줄 알고 왠 돌(Rock)을 여기서 찾지 하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의아해하더니, L발음이 안되어 허덕이는 내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Locker를 찾는 줄 눈치채고 날 안내하였다. 미국 오자마자 겪은 언어 장벽 중에 하나다. 이 사건 이후로 어디가서 L과 R 발음을 명확하게 구별할 때가 오면, 긴장하기 일쑤다. 후에 인턴쉽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웃으면서 이해한다고 토닥거려줬다.

#2
미국에는 대형 백화점 체인들이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Nordstrom이다. 여기서 운영하는 Nordstrom Rack은 지난 상품들을 가져다와 더 싼 값에 파는 일종의 상시할인마켓이다. 연말이면 미국 전역에선 다양한 세일행사가 벌어지는데 그 규모가 굉장하다. 신발 하나를 살까 둘러보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품질이 본래가 좋은 제품이라 추가 세일을 안하는 상품군에 속했다. 마침 그 때는 30 ~ 50% 추가 세일 기간이라 세일 마크가 안붙은 제품은 손해보는 기분이다. 수십달라를 아낄 수 있는 세일을 받으려 꽁수를 생각해 낸 것은 다른 제품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어 사고 싶은 물건에 몰래 붙여 계산하는 것이였다. 신발은 한짝만 진열하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 한짝을 카운터로 가져가 부탁하면 다른 한짝을 받아 다시 캐시어에게 가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50% 딱지를 붙인 신발을 가져다가 다른 한 짝을 찾아달라 부탁했거늘, 이 제품은 50%가 아니라며 잘못 마크된 제품이다 하며 스티커를 떼다 버리더라. 민망했다... 몇 푼이라도 한번 아껴볼려고 "불법"을 저지르려 했지만 역시나... 살면서 물건 하나 훔쳐본 적이 없는지라, 나란 인간은 뭘 훔치고 조작하는거엔 능력이 없나보다. 결국엔 나중에 다시 와서 세일이 적용되었을때 구입하였다. 이렇게 사면 얼마나 쉽거늘...

#3
시카고에 다니는 버스들은 장애자를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다. 휠체어가 버스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체를 낮추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앞좌석은 접을 수가 있어서 휠체어를 탄 사람이 탈 경우 의자들을 접어 충분한 공간 확보가 되어 탑승에 문제가 없다. 어느 날 저녁, 밤 11시가 가까운 시각에 홀로 다운타운에 있었다. 그정도 시각이면 돌아가기엔 많이 늦은 시각이다. 특히나 버스를 탈 경우에는 뒷좌석엔 절대 앉으면 안될정도로 위험하기도 하다. 빨리 돌아가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흥분하여 29번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타려하니 드라이버가 갑자기 소리치더니 화난 표정으로 뒤로 가라고 한다. 놀란 가슴에 정신차려보니 휠체어를 탄 분이 계시더라. 정말 민망하고 죄송스런 마음에 자리를 비켜드렸다. 버스는 자체를 낮추고 휠체어 타신 분은 탑승을 하시고... 순간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버스 안의 사람들 그리고 드라이버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두 날 향하는 듯 하였다. 굉장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뒤돌아 다음 차를 기다렸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만감이 교차한다. 스스로도 부끄러울 뿐더러, 괜히 나라에 먹칠한 느낌도 든다. 내가 아시아인으로 밖에 구별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 사람들에게도 괜시리 미안해진다. 미국 생활하면서 종종 느끼지만, 나의 행동 하나 하나가 그들에겐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 날을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4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Meetup.com를 통해 만난 ESL 회원들과의 첫인사를 나눈 곳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미국에서의 경험 중 잊지 못할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푸에르토 리코에서 온 Ramon과 스페인에서 온 Mireia 등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SL. 말그대로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 영어를 쓰는 비영어권 나라의 사람들 모임이다. 주로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들이 많이 있고, 아시아인도 몇몇 있다. 영어권 분들도 오셔서 영어를 가르쳐주고 다른 언어를 배우고 하는 식의 경우도 있다. ESL에 처음 가게 되면 인사를 하게 되는데, 매주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매주 인사를 하게 된다. 당시에 막 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이라 첫인사와 소개를 하는 일이 빈번해서 전형적인 인사법을 갖고 있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이름과 서울에서 왔고 IIT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시카고에 온지는 몇주가 지났으며... 라는 뻔한 인사말의 반복이다. 이런 로봇같이 나오는 자동 인사말 덕분에 긴장도 많이 없앴다. 인사말을 하는 동안, 다음에 무엇을 말할까 생각할 시간을 벌기 때문에, 반복되는 인사말 후에는 항상 새로운 말들을 하곤 했다.

멕시코, 스페인, 콜럼비아,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 이렇게 ESL에서 만나 친해진 그룹으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시카고 컵스의 구장이 있는 리글리 필드 근처에는 멋진 레스토랑들이 즐비한데, 컨설턴트로 시카고에 온지 몇년째인 이탈리아 친구가 저녁을 함께 하고자해서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 미국에서 파는 모든 피자와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오리지날과 거리가 한참 멀다고 혹평하는 바람에 멕시코 친구의 권유로 진짜 오리지날 멕시칸 요리를 먹으러 유명한 레스토랑에 찾아가 저녁을 했다. 왠 나이프가 3개씩이나 나와서 당황하고 어찌 먹는지 몰라서 스페인 친구에게 열심히 물어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야기 중 한국의 나이 계산법에 관한 말이 나왔는데, 다들 왜 한국인들은 나이 계산이 한살 더 빠른지 의아해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도 안쓴 한국의 나이 계산법이였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다시 생각할 여지가 주어진다. 내 한 살 돌리도...

이탈리아는 과연 축구의 열기가 대단한 나라다. Luca라는 이탈리아 친구는 회사 동료들이 미국인인 탓에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어 혼자 본다고 한다. 유럽과의 시차때문에 당시 유로2008 경기를 보는데, 사람들 시선을 피해 몰래 다른 층으로 가서 TV를 본 일도 있다더라. 스타벅스에선 Latte라는 말이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것도 이 친구에게 처음 들었다. Con Panna나 각종 커피들의 명칭들이 이탈리아어라는 것이 흥미롭다. 멕시코에서 온 Enrique는 대학을 다니는 내가 부럽다며 자기는 대학 등록금 마련하기가 어려워 하는 수 없이 지금의 일을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미국에는 이런 친구들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 대학 등록금 마련하기 쉽지 않기에 돈 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두 친구로부터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를 섞은 여자 꼬시는 멘트를 배우기도 했는데, 절대 히스패닉, 이탈리아 여자에게 금물이란다. 길거리에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뺨에 손바닥이 올라온다고 ㅋㅋ

스페인과 콜럼비아에서 온 Mireia와 Andrea는 시카고에서 와서 절친한 친구가 된 사이다. 둘 모두 베이비시터로 시카고 교외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영어를 배운다. Mireia는 스페인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획대로 잘 되어 지금 대학에서 잘 공부하고 있단다. 이 친구와는 나이도 비슷해서 말도 잘 통했다. 파티나 모임에 초대해주고 관심을 써줘서 정말 고마운 친구다. Andrea와는 재미있는 기억이 있는데, 지하철에 옆자리에 타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데 자꾸 유혹(?)의 표정과 스킨쉽으로 "여자 친구 있니?"라는 말을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아아. 누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Latina 특유의 유혹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구나. 뒷 일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5 
미국에서의 첫 드라이브도 바로 스테이트길에서 시작되었다. 옆방 친구 Tristan은 시카고 다운타운 위쪽의 DePaul University에서 IIT로 편입한 친구인데, DePaul에 친구들이 많아 자주 놀러가곤 했다. 한번은 다운타운에 갈 일이 있고 마침 이 친구도 전 대학에 놀러가는 차라 태워준다길에 이게 왠떡이냐 하고 덥썩 물었다. 녀석의 차는 겉모양은 많이 망가진 모양인데 터보엔진으로 튜닝을 했다나, 밟으면 제대로 나간다. 한번은 고속도로에서 드라이브하는데 미친듯한 속도를 내는 바람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다행이도 운전을 잘해서 별 탈은 없었다. 미국에 머무면서 항상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찬 놈이 나였다. 때문에 친구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묻기도 한다. 드라이브하면서 별의 별 궁금증을 해소했는데, "저기 내려다줘"라는 표현을 어찌하나 물어보니 "Drop me off."라길래 표현 하나 챙기면서 내렸다. 이 친구에겐 지금도 고맙고 미안한데, 뭐 궁금한거 있으면 꺼리낌없이 계속 물어보곤 했다. 마지막 공항으로 돌아가는 날에도 친절하게도 짐을 다 싣고 태워다줘서 참 고마운 친구다.





#6
스테이트 길의 Borders에선 재미난 일을 몇가지 겪었는데, 그 중 하나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였다. 선물과 포장지를 사서 직원에게 포장을 부탁할 수 있다. 하필이면 그 날은 포장을 "정말로" 못하는 직원이 있었다.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한 포장 솜씨에 기가 찼고, 포장지를 싹뚝싹뚝 다 잘라내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다 잘하겠다... 결국 돌아가서 내가 했지만... 더 못한거 같다.

2월달엔 달력을 단돈 $1에 파는 행사가 열린다. 연말부터 1월까지 달력이 나가는 기간에 안팔린 물건들은 싸게 내놓는데, 시카고에서 뉴욕 양키스를 사는 놈은 나 밖에 없을 거다. 뉴욕 양키스 팬이기도 한 나는 아무 생각없이 "이게 왠 횡재냐!"하며 양키스 달력을 집어 카운터로 가니, "Yankees? You gotta be kidding me!"하며 왜 이런거 사냐는 직원말에 재미있었다. 난 이런 농담들이 즐거운 미국 생활의 양념처럼 느껴진다. "사는게 뭐 어때? 난 양키스팬. 시카고 화이트삭스 별루다."이러니 "나는 컵스팬이야." 이런 답을 들어버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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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6 - "시카고 보트 투어"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시카고에는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시카고 리버(Chicago River)가 있다. 그리고 오대양 중 하나인 레이크 미시건(Lake Michigan)이 바로 옆에 있어 시민들의 휴식터로 그만이다. 시카고 리버나 네이비 피어(Navy Pier)엔 다양한 보트들이 정박해있는데, 관광객들을 위한 보트투어도 여러가지 있다. 당시에 한창 공사중이였던 트럼프타워(Trump Tower) 건너 있던 웬델라(Wendella) 보트 투어에서 몇가지 투어 프로그램 중 시카고 리버와 레이크 미시건를 함께 보는 투어를 해가 질녘인 6시 즈음으로 예약하고 남은 시간은 다운타운과 북쪽에 위치한 링컨파크로 향하기로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티켓을 사려고 늘어진 줄이 정말 길었다. 웬델라 보트투어는 다양한 보트투어 중에서도 유명한 투어로 소문대로 줄이 끊이질 않았다. 오전에 가서 오후 티켓을 구매하고 남은 시간 동안 다른 곳을 다녀오면 좋을 듯 싶다. 아래 이야기하겠지만, 오전에 나가는 보트보다 해질녘에 맞춰 나가면 선셋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시카고는 화창한 날의 연속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우뚝 솟은 빌딩이 장관이다. 왼쪽에 보이는 빌딩은 Wrigley Building 그리고 오른쪽엔 Tribune Tower가 보인다. State Street 쪽에서 보면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과연 건축의 도시 시카고 답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가 싶다.




"시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뒤늦은 환영 문구이지만 왠지 내게 속삭이는 듯 하다. 미국 시내는 저런 깃발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람이 워낙 강해서 일부분 찢어 놓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깃발이 반으로 찢어지던가 바람의 힘을 견디지 못해 날라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윈디 시티로 유명한 시카고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 결혼을 올린 커플이 미시건 애비뉴(Michigan Avenue)에 나와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날씨도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려는지 어찌나 화창하던지. 모두들 즐거워 보인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모두 부러운 눈으로 보면서 결혼을 축하해주는 한마디씩 던지고 간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운타운에서 버스로 십여분 북쪽으로 가면 링컨 파크 주(Lincoln Park Zoo)가 등장한다. 무료로 개방되는 이 동물원엔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마침 호랑이, 표범 등에게 먹이를 줄 때 가서 무참히 고기를 물어 뜯는 녀석들을 볼 기회가 생겼었다. 보통 동물원의 맹수들은 잠자기 바쁜데 그렇게 활동적일 수가 없었다.




시카고에는 유명한 피자집이 있는데, 그 중 Uno's와 Giordano's가 가장 유명하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여서 저녁식사라도 하는 날엔 한 시간은 줄을 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시카고엔 딥 디쉬 피자(Deep Dish Pizza 혹은 Stuffed Pizza)라는 아주 특별한 피자가 유명한데, 도우가 일반 피자보다 엄청 두꺼워서 굽는데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정도다. 바삭바삭한 도우가 정말 매력적인 피자였고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저녁 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온 보트투어는 슬슬 탑승을 시작하고 있었다. 해는 점점 지고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화창한 날씨 또한 보트투어에 최적이였다. 투어의 시작은 시카고 리버를 따라 다운타운 안쪽으로 향한뒤 레이크 미시건으로 갔다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해가 뜨는 동안에는 시카고 리버를 따라 다양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었고 해가 막 질 무렾에는 레이크 미시건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시카고 마천루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가운데 우뚝 솟은 빌딩은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시어스 타워(Sears Tower)이다. 존 행콕 센터(John Hancock Center)와 함께 시카고 마천루를 대표하는 빌딩이다. 2009년 7월의 지금, 며칠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시어스 타워에 아래가 훤히 보이는 유리로 된 전망대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위의 사진은 마리나 시티(Marina City)로 옥수수같이 생긴 독특한 외관이 특징인 건축물이다. 주차는 아래층에 주거는 윗층에서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이다.




과연 시카고는 아름다운 마천루를 자랑했다. 건축의 도시답게 그 모습들이 장관이다. 길거리에서 목이 아프게 올려다 봤단 건물들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함께 모여 보여지는 모습이 어느 예술품 보다 아름다웠다. 게다가 해지는 광경과 함께 바라보니 더 할 나위 없이 멋지다. 같이 온 사람들도 탄성을 내고 나 역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에 심취했었다.





돌아오니 시카고의 아름다운 야경이 우리들을 반겨줬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은 낮의 도시를 시기하듯 더 아름답게 빛났다. 밤이 되니 조금 쌀쌀한 바람에 몸을 움츠려본다. 1시간 반의 짧지만 긴 보트투어는 낮과 밤의 시카고를 모두 보여준 즐거운 경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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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5 - "Downtown"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다운타운의 중심지는 Michigan Avenue를 따라 나있는 "Magnificent Miles"이다. 시카고 강 건너부터 Tribune Tower, Intercontinental Hotel, Wrigley Building 등의 건축물부터 100층짜리 건물인 John Hancock Center, 시카고 대화재(Great Chicago Fire)에 유일하게 타지않은 Water Tower, 그 뒤로 Drake Hotel까지 유명한 건물들이 거리 옆에 세워져있다. 이전에는 Macy's 등의 다양한 샵들이 있던 State Street가 다운타운의 중심지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Michigan Avenue쪽으로 중심이 옮겨간 상태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가득찬다. 출퇴근 시간이면 버스에 사람들로 바글거려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다.




State Street 거리 풍경 중 하나다. Oriental이라고 커닿란 간판이 있는 곳은 Oriental Theater로 뮤지컬 등이 펼쳐지는 극장이다. 후에 추운 겨울날 유명한 뮤지컬 중 하나인 <Wicked>를 관람하였다. 겉으론 우뚝 솟은 네모다란 빌딩으로 밖에 안보이겠지만 막상 들어가면 엄청나게 큰 무대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옆으론 서적, 음반 등을 파는 Borders가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 정도 될까나. 특히나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고 있어 시간 때우러 오기도 좋은 곳이다. 겨울에는 시카고가 워낙에 추워서 추위 피하러 들어간 적도 종종 있다는...






순서대로 Tribune Tower와 Intercontinental Hotel. 하늘에 닿을 듯한 기세에 주눅들긴 커녕 경외감이 든다. 특히 Tribune Tower는 그 역사와 유래가 깊은 건축물이라 더 의미있다. 유력 일간지 Chicago Tribune이 위치한 건물이기도 하다. 특히 시카고 강 건너기 전에 State Street 쪽에서 보면 그 웅장함이 더하다.





다시 찾은 밀레니엄 파크. 앞으로도 더 많이 찾을 곳이다. 날씨 좋은 여름철에는 야외 카페가 차려지는데(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무대에서 공연도 펼쳐지고, 그릴에 굽는 고기 냄새가 배고픈 유학생 코를 찌른다. 난 참, 내가 이상한건지 원래 그런건지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북적인거 같아도 여유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많으면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에 머리도 한번 아플법한데 여기에선 그런걸 느낀적이 별로 없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다시보면 별로 없는거 같고, 소음같은 것도 덜하고, 왜 그럴까. 





Crown Fountain. 밀레니엄 파크의 자랑. 일종의 미디어 아트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분수(?)는 시카고 시민 천여명의 얼굴을 디스플레이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을 오물여서 작은 폭포를 만들어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고, 여행자들도 다들 재미있어 한다. 처음 보면 정말 신기하다. 물론 다시 봐도 언제나 신기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어디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P의 모양을 재미있게 표현해서 기억에 남는 사인이다. 한번보고 영원이 잊지 못할만큼 뇌리에 박혔다. 뒤에 있는 맥도날드 로고와 경쟁하듯, 찍힌 위치가 재미있다. 아참, 7-11은 서울에서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데 시카고에는 이곳 저곳 많이 있더라. 홍콩에서는 다른 편의점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는 와중에 7-11이 독보적인데, 시카고도 7-11이 상당히 많다. 물론 몸집이 한단계 더 큰 시장에선 CVS와 Wallgreens가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나중에 뉴욕가서 보니까 Duane Reade라는 뉴욕시를 거점으로한 편의점이 잡고 있더라. 맨해튼 100th 근처에 매장이 하나 있어 마침 머물던 곳과 가까워 자주 들렀는데, 발음이 정말 궁금해서 일하시는 흑인 아저씨한테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 "두-웨-인 리--이--드" 하시길래 기억에 딱 남는다. 어찌나 나한테 집중하시던지 진열대 물건 확인 중이셨는데, 발음 설명해주시다가 옆에 물건 떨어져서 망가지고... 이랬다... 미안해요 아저씨. 





'미국비즈니스 입문'이란 과목을 교양으로 수강했는데, 클래스메이트 중 하나인 중국누나와 친해졌다. 대학원생인데 수업이 두개나 겹쳐서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고, 마침 수업 팀 프로젝트도 같이 하게되어 인연이 된 누나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간단한 일상부터 깊은 이야기도 나눠보았는데, 워낙에 말이 많은 누나라 7:3 정도로 대화 비율을 이룬거 같다. 생각이 깊은 누나라 별의 별 사회 문제도 이야기 나눴는데,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문화 차이와 극복 등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중국의 사회문제도 목소리 높여서 말하는데, 중국에 대한 내 편견같은게 많이 사라지도록 도와준 누나다. 내게 F1의 세계를 알려준 장본인이면서, 범고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이 누님 이야기는 종종 하겠다. 워낙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안겨주신 분이다.

9월의 어느날, 누나의 초대로 Chicago Symphony Orchestra(CSO)를 볼 기회가 생겼다. CSO는 국제적으로 명망높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데, 서울에서라면 클래식 공연 한번 보려면 굉장히 많은 돈을 내야하는 반면, 학생이라는 특권아닌 특권인 신분으로 엄청난 할인을 받아 20달라가 안되는 비용으로 티켓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기부 문화가 잘 발달한 덕분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학생들을 위해 따로 할인 티켓 기회를 주곤 한다. 피부(다시 말하면 지갑...)로 직접 느끼니 잘된 사회 시스템이 이런거구나 한다. 오페라 또한 이렇게 싸게 보러 가기도 했는데, 관람객들이 다들 멋지게 드레스에 슈트에 입고 오는데 그런거 하나 준비 안해온 스스로가 약간 위축된 적도 있긴 하다. Lyrics Opera of Chicago에서 펼쳐진 공연을 볼 때, 멋지게 차려 입는 중년남녀들로 가득한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한쪽 구석에 옹기종기 학생 티켓 구입자들이 모여있는데, 그나마 여기 사는 애들은 슈트라도 있지... 잠시 학교 수업들으러 온 나는 아무것도 없기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다. 격식 차린다는게 이런거구나. 




촬영은 사실 금지다. 물론 공연 중엔 찍으면 안된다는건 상식. 2부가 시작되기 전, 지휘자가 무대에 들어와 박수를 받을때 몰래 찍었다. 미안해.. 미안한데 딱 한장만... 나중에 기억에서 잊기 싫어서!

값싼 티켓인만큼 자리는 꼭대기 층에 있는 곳이였지만 음악의 감동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몇 개월 후엔 중국인 랑랑(Lang Lang)이 시카고를 찾아와 공연을 펼치는데 학생 티켓이 아닌 일반석으로, 그것도 거금을 들여 전망 좋은 1층에서 봤는데 앞의 말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정도로 좋긴 더 좋더라. 박스에서 앉아 본다면 어떨까.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컬쳐쇼크라는 것을 이때 처음 느꼇다. 공연이 끝나고 함께 온 5명은 밖에서 단 몇마디 "공연 좋았다", "뭐 타고 갈꺼냐", "굿바이" 이렇게 하더니만 다 뿔뿔이 흩어졌다. 아니 이게 뭣이다냐. 처음 본 친구도 있었고, 공연도 끝난 마당인데 공연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펍 정도는 갈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집으로 돌아가다니. 어리벙벙한 가운데 같이 택시타고 학교로 돌아가는데, 어찌나 기분이 이상한지... 습관처럼 베어있는 "뒤풀이"라는게 한 순간에 무너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미리 그런 계획이 없다면 보통 그렇게 헤어지는게 자연스럽다고 하더라. 




시카고의 밤은 .... 무섭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한다. 자정이 다가올수록 다운타운에는 인적이 드물다. 위쪽 동네는 그나마 괜찮은데, 학교 돌아가는 길은 조금 그렇다. 여름이라 날씨도 좋고 그래서 저녁 늦게까지 다운타운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아가는 길은 눈을 부릅뜨게 만든다. 그래도 난 시카고의 밤이 좋더라. 멋진 건물에 거리의 조명들. 레이크 미시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사람들 말처럼 시카고의 여름은 낮과 밤 따지지 않고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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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4 - "
White Sox & Bajofondo"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걸어서 10여분 거리에는 시카고 소재의 메이저리그 팀 중 하나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인 U.S Cellular Field가 있다. 이전 글에도 말했는데, 경기가 있는 날 매번 폭죽을 터뜨리는데 기숙사에서 훤히 보인다. 학교에서는 매학기마다 학생들을 위해 싼 값에 티켓을 배부하곤 하는데, 학기 초 이벤트로 공짜 티켓을 나눠줘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야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애정을 쌓았는데, 실제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자 정말 기뻤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말도 못하게 커다란 구장이 눈 앞에 펼쳐지자 감동이 밀려온다. 실로 대단한 규모다. 잠실 구장 규모의 야구장만 보다가 '메이저리그급' 구장을 직접 경험해보면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를, 특히 야구를 사랑하는 미국인들 답게 게임 시작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료 티켓인만큼 자리는 썩 좋지 않은 곳, 1루쪽 가장 위층이였지만 그게 대수더냐. 

야구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면, 경기에 시선 고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와서 시원한 맥주와 나초칩을 안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어찌보면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다르게 보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다. 경기 후반부에는 손에 땀을 쥐는 장면들이 연출되곤 하는데, 마침 이 날은 홈팀인 화이트삭스의 9회말 동점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여 그 기삄이 더했다. 처음 보는 메이저리그 게임인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9회말 동점타를 때릴 때, 거의 숨막힐정도로 너무 기뻐서 정신이 나갈 뻔... 했다.




따뜻한 주말이라 유난히 가족단위로 오신 팬들이 많았다. 경기장 밖에는 화이트삭스를 기념하는 여러 것들이 있었는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라던지, 화이트삭스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선수들 동상이나 이름들이 이곳 저곳 새겨져 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 날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메이저리그를 난생 처음 본 날이라구!





8월 27일에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 Music Without Borders라는 주제로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정해 공연이 펼쳐졌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아르헨티나 밴드 Bajofondo(이전 이름은 Bajofondo Tango Club)였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밀레니엄 파크를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시카고 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밀레니엄 파크는 벌써 몇번이나 들렀는지 모르겠다. 접근성도 좋고, 이것만한 휴식공간도 따로 없어보여(무엇보다도 비싼 커피를 안사도 쉴 수 있는 공간...) 자주 찾던 곳이다.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 중 하나인 Cloud Gate, 일명 The Bean. 생김새가 정말 그러하다. 자주봐도 재미있는 조형물이다. 시선을 확 끄는 매력이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시설물 관리가 정말 잘되어 있는 곳이다. 따로 밀레니엄 파크를 지키는 가드까지 있을정도다. 세그웨이를 타고 이리 저리 순찰하는 가드를 보면 은근 부럽다.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에서 열리는 공연은 슬슬 시작하려는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날씨도 어두워지면서 제법 야외 공연장 조명 느낌이 났다.





Bajofondo의 공연은 실로 대단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파빌리온을 가득 메웠다. 나는 이날 Bajofondo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고개가 까딱까딱, 어깨가 들썩들썩, 나도 모르게 내 몸은 반응했다. 공연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사람들이 무대 앞까지 몰려들어 음악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도 앞으로 가서 동참하고 그 열기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는 직접 팬들을 무대위로 올려 함께 음악을 즐기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밖엔 안보였다. 

거대한 파빌리온와 Michigan Avenue에 우뚝 솟은 빌딩은 밤이 깊어가면서 조명을 받으며 그 웅장함을 드러냈고, 신나는 음악에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한 여름밤의 시카고를 달아오르게 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어떤 걱정과 근심 따윈 생각 조차 안났다. 지워지지 않는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영원히 담아둘 순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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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3 - "
IIT 캠퍼스 라이프"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6개월간 나의 집이 되어준 시카고 소재의 대학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IIT)를 소개해보자. 시카고 인근 소재 대학에는 University of Chicago, UIC, DePaul, Loyola, SAIC 등이 있으며 근교의 Evanston에는 Northwestern University가 위치해있다. IIT는 다운타운에서 2정거장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어 시카고 다운타운에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위치가 좋은 편이다. 단, 가까워도 남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밤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경우 조심해야한다. 남쪽 지역은 빈민가 지역이라 위험지역이라 불릴만하다. 이따금씩 총기사건도 벌어지는 편이며, 근처에 핸드건을 가진 강도에게 금품을 털린 학교 학생도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Chicago Police Headquarter가 있어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보통 헤드쿼터는 가장 위험한 지역에 짓는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어쨌든... 여름 저녁 날씨가 좋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변 러닝을 했던 이야기를 교수에게 이야기했다가 놀래킨 역사가 있다.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왠만한 동네에선 밤에 그러면 큰일난다.



학교의 중심이라 말할 수 있는 건물이 바로 위에 보이는 MTCC(McCormick Tribute Campus Center)이다. 유명한 건축가 렘 쿨하스의 작품이라 더 유명세를 탄 건물이다. IIT는 옛부터 건축으로 유명한 학교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는 IIT의 학장이면서 교수로서 많은 건축가들을 배출해 내었다. MTCC와 더불어 새로 지은 기숙사인 SSV(State Student Village) 또한 내외관이 상당히 뛰어난 건물이다. MTCC는 기능적으로나 위치적으로 학교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 식당, 학생회, 우체국, 교내 스토어, 7-11 등이 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왕래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기숙사 입사 첫 날 가장 놀랐던 것이 거대한 규모의 식당이였다.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비율이 2008년 기준(US News) 으로 미국내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가 IIT다. 덕분에 식당에 마련된 음식들이 굉장히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음식 뿐만 아니라 매번 돌아가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배려한다. 첫날에는 이런 뷔페식 학생 식당이 너무 어색해서 그저 "안전빵'인 햄버거로만 몇 끼를 때워버렸다.



당구나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테이블이 마련된 공간도 있다. 비디오게임도 즐길 수 있게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당구나 탁구는 항상 학생들로 붐비는 인기 스포츠다. 가격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싸기 때문에, 테이블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워낙 특이한 구조의 건물이라 신기한 것들이 많은데, 사진 왼편 위의 천장을 뚫고 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위로 다니는 지하철 철로 지지대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로 크진 않다.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쉽겠다. 저런 식으로 위에 큰 튜브 모양의 구조체가 MTCC 위에 얹혀있다. 밖에선 소음 통제가 잘 안되서 근처에서 이야기 하다가 지하철이 지나가면 잠시 멈춰야 한다.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건물을 짓는게 정석이 아닌가 싶은데, 오히려 이런 조합으로 상식을 멋지게 깨다니, 멋지지 아니한가. (근데, MTCC 옆 기숙사에 머문 내 방에선 자꾸 지하철 소리 들려서 귀찮았음...)




맨 위 사진은 MTCC Bridge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각종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 경우 이곳을 통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학생들을 위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티켓을 배부할 땐 긴 줄이 늘어서는 곳이다. 학기 중 한번 하는 교내 클럽 홍보 행사도 이곳에서 벌어진다. 바로 아래 쪽에는 또 다른 카페테리아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큰 학생 식당 음식이 질릴 때면 가서 간단한 정크 푸드 따위를 즐길 수 있다. MTCC를 상징하는 색이라 볼 수 있는 특유의 오렌지 컬러가 건물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둥근 아크릴 소재로 보이는 오렌지 관이 촘촘히 박혀 있는 곳에선 빛을 받아 항상 사진 처럼 오렌지 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9월에는 Red Ball Project가 시카고에서 벌어졌는데 여러 스팟 중 하나가 IIT가 되어서 저렇게 커다란 빨간 공이 절묘하게 기둥 사이에 껴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다가 다운타운으로 가는 도중에 본거라 행운이였다. MTCC가 시카고의 랜드마크이라 불릴만큼 유명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가서 한번 손으로 찔러봤는데 별 느낌은 없었...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역은 35th St 역이다. 다양한 라인 중 그린라인이고 35th St.와 함께 인근 지역명인 브론즈빌 그리고 학교명이 적혀있는 역이다. 브론즈빌 주위에는 미대통령 오바마의 생가가 위치해있다. 근처에 빈민가가 많지만 브론즈빌은 괜찮은 편이다.




IIT는 "IIT"란 글자를 가지고 재미있는 홍보를 하는데, 이를테면 대학을 뜻하는 단어인 University를 Universiity라고 it를 iit로 만들곤 한다. Curiosity를 Curiosiity로 Sustainability를 Sustainabiliity로 하면서 iit를 센스있게 홍보한다.







내가 머문 MSV(McCormick Student Village)의 여러 모습들. 구기숙사로 IIT의 역사와 함께 남아있는 건물이다.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살만하다. 6개의 동이 모여있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각 층 마다 라운지가 있어 TV를 보거나 인스턴스 음식 등을 해먹을 수 있다. 이땐 그냥 심심할때 TV나 보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Winter Break 기간 동안 문 닫은 학생식당 때문에 한인마트에서 김치, 삼겹살 등을 사와서 해먹는 생존의 보금자리로 중요한 곳으로 바뀌었다... 평소엔 이런 음식들이 냄새나고 음식 해먹는게 금지라, 하면 안되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전망이 좋은 방을 배정받아 아침 저녁 할거 없이 따스한 햇살을 보면서 지낼 수 있었다. 저 멀리 고층 건물 뒤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이 있어서 경기가 펼쳐지고 홈런이 터질 때마다 멋진 폭죽쇼를 공짜로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언제 한번은 연장에 연장을 가는 접전이 있었는데 이닝마다 홈런이 자주 터져주고 결국 화이트삭스의 승리로 끝나 거의 몇분은 계속 폭죽쇼를 펼친 적이 있어, 폭죽 시스템이 뭔 고장이 났는지 걱정한 적도 있었다.

학교 중심을 가로짓는 State St. 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강의동, 동쪽에는 기숙사, 학생센터, 체육관 등이 위치해있는데, 아쉽게도 가장 정이 많았던 체육관 Keating Hall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운동갈때 카메라 가져 가기가 귀찮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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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2 - "시카고 재즈, 블루스"
August 2008
TRVL NOTE by Alan Yoo


Hi Hostel에서 시카고 재즈 가이드가 있어서 호스텔에 머문 사람들과 시카고에서 유명한 재즈 클럽에 갔다. 시카고는 재즈로 역사가 깊은 도시다. 매년 펼쳐지는 Chicago Jazz Festival은 놓쳐선 안될 멋진 축제 중 하나다. 시카고에는 유명한 재즈 클럽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 제일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Andy's 재즈 클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재즈클럽은 마이애미 여행시 보트 투어 항해사 분이 시카고 출신이라 반갑게도 알려준 곳이다. 우리가 간 곳은 좀 더 북쪽에 위치한 블루스 펍인 Kingston Mines다. 호스텔 가이드 덕분에 입장료를 반값만 내고 들어갔다.



유명한 곳이라 그래서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을 기대했는데, 근처의 여느 펍처럼 비슷한 외관이였다. 덩치가 산만한 흑인 아저씨의 우스꽝스러운 장난을 보니 오히려 더 무섭더라. 입장료를 내면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벌써부터 시작된 공연으로 조금 달아오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추울정도로 빵빵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내부에는 붉은 조명으로 약간은 몽환적인 기분도 들었다.





스테이지는 두 곳이 있는데 번갈아 가면서 다른 뮤지션들이 나와 블루스를 연주한다. 들어가서 시작된 Joanna Connor 누님의 신나는 블루스는 분위기를 들뜨게 하는데 그만이였다. 음악에 심취해 온갖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나보였다. 오자마자 블루스를 라이브로 듣자니 귀가 행복해 미칠 지경이다. 같이 호스텔에서 온 사람들 중엔 프랑스에서 온 한 친구가 있었는데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시카고엔 세미나 때문에 들렀다고 하는데, 마침 블루스도 같이 보러 와서 같이 자리했다. 일본에서 배낭여행하러 온 녀석도 있었고 쑥스러워서 그런지 한동안 말없이 웃기만한 체코 여성도 있었고...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라 괜시리 또 즐겁다. 캘리포니아에서 놀러온 두 녀석과의 대화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이 친구들은 내가 외국인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굉장히 빨리 말하는데 잘 못 알아 듣겠더라. 특히 미국인 가이드와 함께 이야기할시에는 정말 좌절을 느낄 정도로 발음이 빨랐다. 아마 이때가 두번째 찾아온 언어의 장벽이였을 것이다.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서울 대학로의 천년동안도에서도 라이브를 들으며 이런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는데, 정말 음악은 이렇게 들어야 제 맛인가 보다. 여기 저기서 즐겁고 흥겨워 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정말 즐거웠다. 시카고 도착하자마자 이리 저리 구경하느라 돌아다닌 탓에 체력이 다 빠졌는지 공연 막바지엔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사진 왼편에 벽에 기대고 있는 분이 가이드를 해주셨던 분인데, 호스텔에서 가이드 업무만 벌써 수년째 하시고 계신단다. 블루스 클럽까지 오면서 시카고 건축 역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최초의 엘리베이터도 이 분한테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오래된 건축물이 조금 있어 사고도 났었는데 받치고 있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도보에 있던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다는데, 요즘은 계속해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더라. 기분 좋은 음악을 아쉬워한채 호스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일본인 녀석이 클럽파티 차림으로 건너편에 서있던 금발미녀들에게 나랑 놀래? 이렇게 소리치길래 왠지 모를 쪽팔림을 느끼기도 했다....  술 좀 적당히 마시지 이눔아....




시카고의 여름은 축제의 연속이다. 밀레니엄 파크에서는 저녁에 Chicago Summer Dance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시민들이 나와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된다. 젊은 남녀, 노부부, 가족끼리 신나게 춤추는 모습으로부터 왠지 모를 부러움도 느낀다. 시원한 여름과 재즈, 춤. 보는 사람도 춤추는 사람도 모두가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Michigan Avenue에서 담은 시카고의 야경.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저녁은 어디든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시카고는 범죄율이 높은 편이라 더욱 더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Roosevelt Road 아래부터 특히 조심해야 할 지역이 나오는데, 내가 머무는 동안 총기 사건이 정말 많이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이 날 저녁에는 아직 덜 익숙한 탓인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서둘러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와서 처음으로 KFC에서 사먹어 봤는데, 양은 정말 많이 주고 짜긴 어찌나 짜던지 이런게 미국 맛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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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1 - "첫 만남, 시카고의 아름다운 여름"
August 2008
TRVL NOTE by Alan Yoo


너무 많이 흘러버린 시간때문에 늦어버린 기록들이라 그 기분 그대로 담지 못할거 같아 망설여진다. 남은 건 수많은 사진들과 메모들. 며칠을 있던 것도 아니고 긴 생활을 한 시카고에서의 시간들은 여행기보다 생활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수첩에 적힌 메모들을 블로그에도 올리고 싶었었고 계속 늦어지면 머나먼 과거처럼 멀어질 것만 같아 정리를 시작했다. 이런 정리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라 시카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시카고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 학기를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이수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가게 되더라도 시카고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2008년 가을학기 수강을 위해 8월 중순의 무더운 한국 날씨 속에서 준비를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수십시간의 긴 비행끝에 도착한 시카고 오헤어(O'Hare) 국제공항은 이곳 저곳에서 도착한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였다. 비행기가 연달아 내리면서 출입국 심사소에서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소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항 벽에 붙어 있었던 시카고 환영 광고에 적힌 "Make it happen"이란 문구가 아직도 떠오른다. 6개월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기대감에 흥분된 나는 이런 고조된 마음이 돌아가는 날까지 이어질거란 생각도 못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기숙사 입사가 있어 그 전까지 머물 호스텔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학교 측에서 호스텔 비용을 대주고 셔틀버스 제공도 해줘서 이 시간 동안에는 관광객으로서 시카고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밤이 깊을 때 출발한 버스 창가에서 바라본 시카고 다운타운의 야경은 정말 멋졌다. 고층 빌딩들이 우거진 모습이 당시 Dark Knight 상영으로 기억에 또렷한 고담시티와 오버래핑되면서 색다른 기분을 맛보았다.



긴 생활을 위해 가져온 커다란 이민가방과 짐들로 인해 끌고다니기 힘들었다. 여행 수준이 아닌 생활 수준의 짐은 실로 차이가 굉장히 크다. 머무른 호스텔은 호스텔 체인으로 유명한 Hi Hostel의 시카고 지점으로 방 수준도 좋고 로비, 투숙객을 위한 각종 쿠폰, 이벤트 등이 다양해서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호스텔 로비에 선 나는 불현듯 찾아온 어색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문화, 인종, 언어 한 가운데 있는 기분이였다. 낯선 곳에서 청한 잠은 새벽같이 일찍 깨어났다. 로비에도 나같은 사람들이 몇 있었고 다들 가져온 랩탑으로 전화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말썽인 호스텔 무선네트워크 때문에 함께 불평을 떨었었다. 미국에서의 첫 날의 기록과 생각들을 워드에 써내려가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시카고에서의 첫 아침은 상쾌했다. 당시 너무나도 습했던 서울의 날씨와 비교될 정도로 한 여름에도 습하지 않은 시원한 시카고의 여름이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썬글라스가 없었던 나는 해가 있는 방향으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호스텔은 다운타운 내에서 남쪽에 위치했는데 버스나 지하철역이 가까워 돌아다니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호스텔을 나와 서쪽으로 가면 Chicago Stock Exchange가 보이고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Chicago Public Library가 있다. 위에 보이는 도로교통사인은 시카고에서 처음 찍은 사진이라 기분이 남다르다.

다운타운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State Street와 현재의 중심가인 Michigan Avenue을 걸으며 주변에 우뚝한 시카고의 자랑인 건축물들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큰 화재로 건물의 대부분을 잃었던 아픈 상처가 있는 시카고는 세계 각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프로젝트로 여러 건물들이 세워지며 건축 도시로 일약 떠오른 역사가 있다. 호스텔 가이드의 말을 따르면 세계 첫 엘리베이터을 가진 건물 또한 시카고에 있다고 한다. 뉴욕 여행 후에 느낀건데, 뉴욕 역시 초고층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도시이지만 사람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이상한 기운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같은 고층 건물들로 빽빽한 시카고는 그렇지 않았다. 특유의 정돈된 네모다란 느낌을 뉴욕에서 받았다면, 시카고에선 고풍적이고 오래된 흔적들이 남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만, 뉴욕에서의 인위적인 기운을 시카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시카고가 자랑하는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는 개장한지 몇년 안된 다운타운에 위치한 큰 공원이다. The Bean이라 불리우는 Cloud Gate와 시카고 시민들이 스크린에 나와 마치 입에서 물이 나오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는 Crown Fountain 그리고 프랭크 게리가 지은 Jay Pritzker Pavilion 등 굵직굵직한 건축물과 예술이 있는 시카고 시민들의 쉼터이다. 바로 옆에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Symphony Orchestra까지 위치하고 있어 문화 생활을 하는데 이만할 수가 없다.

밀레니엄 파크의 건축물 중 The Bean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재미난 조형물이다. 겉모습이 마치 콩을 닮았다고 하여 원래 이름인 Cloud Gate보다 The Bean으로 더 많이 불리운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형물의 반사되는 재질때문에 사진처럼 주위 환경이 아름답게 반사되어 보여진다. 안에서는 천창이 어디 높이 까지 있는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착시현상도 보여준다. 사진은 The Bean 내부의 정 가운데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들 즐거워하며 신기해하는 모습들이 가득했다.



프랭크 게리의 아름다운 Jay Pritzker Pavilion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지는 곳으로 커다랗고 특이한 조형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시카고에선 특히 여름에 야외 행사가 많이 펼쳐지는데 이곳에선 음악 공연이 자주 펼쳐진다. 때마침 한 오케스트라가 저녁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이라 기분 좋은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밀레니엄 파크를 즐길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 속 한적하고 드넓은 공원,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까지 더해진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가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 날은 다니게 될 IIT를 방문코자 가보았다. 학교 바로 옆에는 메이저리그 팀인 Chicago White Sox의 홈구장이 있어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굉장히 가까이 있어 내가 머문 기숙사 창문으로 폭죽 터지는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시카고 다운타운을 가르는 Chicago River는 주위의 고층 건물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낸다. 화창한 날씨 속에 산책 나온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내내 즐거움을 느꼈다. 시카고는 Chicago River와 바로 옆에 있는 오대양 중 하나인 Lake Michigan이 있어 보트 투어도 즐기고 북쪽에는 해수욕장까지 있어 바다 옆 도시가 부럽지 않다. 날씨 좋은 여름에는 Lake Michigan에 빽빽히 정박 중인 보트들을 볼 수도 있다. Lake Michigan에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뜨거운 시카고를 식혀준다.



독특한 구조로 인해 눈에 띄는 이 쌍둥이 건축물은 Marina City로 시카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1/3 정도가 주차장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주거용으로 쓰이는데 부채꼴 모양의 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커다란 건물을 이루는 모습이 상당히 독특했다. 시카고 가기 전 사놓은 여행책에 담긴 Marina City를 눈 앞에서 보는게 재미있어 사진으로 하나 남겨두었다.



시카고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Navy Pier는 작은 놀이 공원이라 불러도 좋다. IMAX, 놀이시설, 보트투어, 쇼핑몰 등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이곳은 마치 서울의 COEX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선 그늘 찾기가 힘들어 따가운 햇빛 속에 오랜 시간을 있다보니 어찌나 힘들던지 바로 옆의 Sunglass Hut에서 무심코 선글라스를 충동 구매 할 뻔했다.



미국에 처음 와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바로 Apple Store였다. MacBook Pro를 산지 얼마되지 않아 애플에 열을 올릴 때라 한국에는 없는 Apple Store에 꼭 가보고 싶었다. Michigan Avenue를 따라 이동 중에 발견한 Apple Store를 보고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으로 찍었다. 이날 오후에는 중심가인 Michigan Avenue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쇼핑 등 나들이를 하면서 시내 곳곳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때마침 North Beach에서는 Air Show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일년에 한번 하는 큰 행사인지라 수천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근처에서 운행하는 버스도 못타고 수 정거장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Lake Michigan은 너무나도 큰 면적의 호수라 호수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큰 규모라 작은 바다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해수욕장까지 있는데 말이지. 너도나도 담요랑 간이의자를 가지고 나와 해변가에 자리 잡아 관람을 하고 있었는데 멋진 곡예팀들이 펼치는 에어쇼는 장관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펼쳐지는 에어쇼는 마치 하늘이라는 큰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다를 바 없었다. 에어쇼가 끝나고 근처 잔디밭에서 누워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했는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평온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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