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TRVL NOTE #4 - "
White Sox & Bajofondo"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걸어서 10여분 거리에는 시카고 소재의 메이저리그 팀 중 하나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인 U.S Cellular Field가 있다. 이전 글에도 말했는데, 경기가 있는 날 매번 폭죽을 터뜨리는데 기숙사에서 훤히 보인다. 학교에서는 매학기마다 학생들을 위해 싼 값에 티켓을 배부하곤 하는데, 학기 초 이벤트로 공짜 티켓을 나눠줘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야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애정을 쌓았는데, 실제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자 정말 기뻤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말도 못하게 커다란 구장이 눈 앞에 펼쳐지자 감동이 밀려온다. 실로 대단한 규모다. 잠실 구장 규모의 야구장만 보다가 '메이저리그급' 구장을 직접 경험해보면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를, 특히 야구를 사랑하는 미국인들 답게 게임 시작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료 티켓인만큼 자리는 썩 좋지 않은 곳, 1루쪽 가장 위층이였지만 그게 대수더냐. 

야구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면, 경기에 시선 고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와서 시원한 맥주와 나초칩을 안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어찌보면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다르게 보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다. 경기 후반부에는 손에 땀을 쥐는 장면들이 연출되곤 하는데, 마침 이 날은 홈팀인 화이트삭스의 9회말 동점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여 그 기삄이 더했다. 처음 보는 메이저리그 게임인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9회말 동점타를 때릴 때, 거의 숨막힐정도로 너무 기뻐서 정신이 나갈 뻔... 했다.




따뜻한 주말이라 유난히 가족단위로 오신 팬들이 많았다. 경기장 밖에는 화이트삭스를 기념하는 여러 것들이 있었는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라던지, 화이트삭스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선수들 동상이나 이름들이 이곳 저곳 새겨져 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 날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메이저리그를 난생 처음 본 날이라구!





8월 27일에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 Music Without Borders라는 주제로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정해 공연이 펼쳐졌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아르헨티나 밴드 Bajofondo(이전 이름은 Bajofondo Tango Club)였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밀레니엄 파크를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시카고 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밀레니엄 파크는 벌써 몇번이나 들렀는지 모르겠다. 접근성도 좋고, 이것만한 휴식공간도 따로 없어보여(무엇보다도 비싼 커피를 안사도 쉴 수 있는 공간...) 자주 찾던 곳이다.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 중 하나인 Cloud Gate, 일명 The Bean. 생김새가 정말 그러하다. 자주봐도 재미있는 조형물이다. 시선을 확 끄는 매력이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시설물 관리가 정말 잘되어 있는 곳이다. 따로 밀레니엄 파크를 지키는 가드까지 있을정도다. 세그웨이를 타고 이리 저리 순찰하는 가드를 보면 은근 부럽다.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에서 열리는 공연은 슬슬 시작하려는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날씨도 어두워지면서 제법 야외 공연장 조명 느낌이 났다.





Bajofondo의 공연은 실로 대단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파빌리온을 가득 메웠다. 나는 이날 Bajofondo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고개가 까딱까딱, 어깨가 들썩들썩, 나도 모르게 내 몸은 반응했다. 공연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사람들이 무대 앞까지 몰려들어 음악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도 앞으로 가서 동참하고 그 열기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는 직접 팬들을 무대위로 올려 함께 음악을 즐기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밖엔 안보였다. 

거대한 파빌리온와 Michigan Avenue에 우뚝 솟은 빌딩은 밤이 깊어가면서 조명을 받으며 그 웅장함을 드러냈고, 신나는 음악에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한 여름밤의 시카고를 달아오르게 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어떤 걱정과 근심 따윈 생각 조차 안났다. 지워지지 않는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영원히 담아둘 순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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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3 - "
IIT 캠퍼스 라이프"
September 2008
TRVL NOTE by Alan Yoo


6개월간 나의 집이 되어준 시카고 소재의 대학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IIT)를 소개해보자. 시카고 인근 소재 대학에는 University of Chicago, UIC, DePaul, Loyola, SAIC 등이 있으며 근교의 Evanston에는 Northwestern University가 위치해있다. IIT는 다운타운에서 2정거장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어 시카고 다운타운에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위치가 좋은 편이다. 단, 가까워도 남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밤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경우 조심해야한다. 남쪽 지역은 빈민가 지역이라 위험지역이라 불릴만하다. 이따금씩 총기사건도 벌어지는 편이며, 근처에 핸드건을 가진 강도에게 금품을 털린 학교 학생도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Chicago Police Headquarter가 있어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보통 헤드쿼터는 가장 위험한 지역에 짓는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어쨌든... 여름 저녁 날씨가 좋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변 러닝을 했던 이야기를 교수에게 이야기했다가 놀래킨 역사가 있다.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왠만한 동네에선 밤에 그러면 큰일난다.



학교의 중심이라 말할 수 있는 건물이 바로 위에 보이는 MTCC(McCormick Tribute Campus Center)이다. 유명한 건축가 렘 쿨하스의 작품이라 더 유명세를 탄 건물이다. IIT는 옛부터 건축으로 유명한 학교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는 IIT의 학장이면서 교수로서 많은 건축가들을 배출해 내었다. MTCC와 더불어 새로 지은 기숙사인 SSV(State Student Village) 또한 내외관이 상당히 뛰어난 건물이다. MTCC는 기능적으로나 위치적으로 학교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 식당, 학생회, 우체국, 교내 스토어, 7-11 등이 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왕래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기숙사 입사 첫 날 가장 놀랐던 것이 거대한 규모의 식당이였다.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비율이 2008년 기준(US News) 으로 미국내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가 IIT다. 덕분에 식당에 마련된 음식들이 굉장히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음식 뿐만 아니라 매번 돌아가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배려한다. 첫날에는 이런 뷔페식 학생 식당이 너무 어색해서 그저 "안전빵'인 햄버거로만 몇 끼를 때워버렸다.



당구나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테이블이 마련된 공간도 있다. 비디오게임도 즐길 수 있게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당구나 탁구는 항상 학생들로 붐비는 인기 스포츠다. 가격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싸기 때문에, 테이블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워낙 특이한 구조의 건물이라 신기한 것들이 많은데, 사진 왼편 위의 천장을 뚫고 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위로 다니는 지하철 철로 지지대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로 크진 않다.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쉽겠다. 저런 식으로 위에 큰 튜브 모양의 구조체가 MTCC 위에 얹혀있다. 밖에선 소음 통제가 잘 안되서 근처에서 이야기 하다가 지하철이 지나가면 잠시 멈춰야 한다.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건물을 짓는게 정석이 아닌가 싶은데, 오히려 이런 조합으로 상식을 멋지게 깨다니, 멋지지 아니한가. (근데, MTCC 옆 기숙사에 머문 내 방에선 자꾸 지하철 소리 들려서 귀찮았음...)




맨 위 사진은 MTCC Bridge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각종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 경우 이곳을 통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학생들을 위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티켓을 배부할 땐 긴 줄이 늘어서는 곳이다. 학기 중 한번 하는 교내 클럽 홍보 행사도 이곳에서 벌어진다. 바로 아래 쪽에는 또 다른 카페테리아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큰 학생 식당 음식이 질릴 때면 가서 간단한 정크 푸드 따위를 즐길 수 있다. MTCC를 상징하는 색이라 볼 수 있는 특유의 오렌지 컬러가 건물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둥근 아크릴 소재로 보이는 오렌지 관이 촘촘히 박혀 있는 곳에선 빛을 받아 항상 사진 처럼 오렌지 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9월에는 Red Ball Project가 시카고에서 벌어졌는데 여러 스팟 중 하나가 IIT가 되어서 저렇게 커다란 빨간 공이 절묘하게 기둥 사이에 껴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다가 다운타운으로 가는 도중에 본거라 행운이였다. MTCC가 시카고의 랜드마크이라 불릴만큼 유명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가서 한번 손으로 찔러봤는데 별 느낌은 없었...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역은 35th St 역이다. 다양한 라인 중 그린라인이고 35th St.와 함께 인근 지역명인 브론즈빌 그리고 학교명이 적혀있는 역이다. 브론즈빌 주위에는 미대통령 오바마의 생가가 위치해있다. 근처에 빈민가가 많지만 브론즈빌은 괜찮은 편이다.




IIT는 "IIT"란 글자를 가지고 재미있는 홍보를 하는데, 이를테면 대학을 뜻하는 단어인 University를 Universiity라고 it를 iit로 만들곤 한다. Curiosity를 Curiosiity로 Sustainability를 Sustainabiliity로 하면서 iit를 센스있게 홍보한다.







내가 머문 MSV(McCormick Student Village)의 여러 모습들. 구기숙사로 IIT의 역사와 함께 남아있는 건물이다.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살만하다. 6개의 동이 모여있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각 층 마다 라운지가 있어 TV를 보거나 인스턴스 음식 등을 해먹을 수 있다. 이땐 그냥 심심할때 TV나 보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Winter Break 기간 동안 문 닫은 학생식당 때문에 한인마트에서 김치, 삼겹살 등을 사와서 해먹는 생존의 보금자리로 중요한 곳으로 바뀌었다... 평소엔 이런 음식들이 냄새나고 음식 해먹는게 금지라, 하면 안되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전망이 좋은 방을 배정받아 아침 저녁 할거 없이 따스한 햇살을 보면서 지낼 수 있었다. 저 멀리 고층 건물 뒤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이 있어서 경기가 펼쳐지고 홈런이 터질 때마다 멋진 폭죽쇼를 공짜로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언제 한번은 연장에 연장을 가는 접전이 있었는데 이닝마다 홈런이 자주 터져주고 결국 화이트삭스의 승리로 끝나 거의 몇분은 계속 폭죽쇼를 펼친 적이 있어, 폭죽 시스템이 뭔 고장이 났는지 걱정한 적도 있었다.

학교 중심을 가로짓는 State St. 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강의동, 동쪽에는 기숙사, 학생센터, 체육관 등이 위치해있는데, 아쉽게도 가장 정이 많았던 체육관 Keating Hall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운동갈때 카메라 가져 가기가 귀찮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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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2 - "시카고 재즈, 블루스"
August 2008
TRVL NOTE by Alan Yoo


Hi Hostel에서 시카고 재즈 가이드가 있어서 호스텔에 머문 사람들과 시카고에서 유명한 재즈 클럽에 갔다. 시카고는 재즈로 역사가 깊은 도시다. 매년 펼쳐지는 Chicago Jazz Festival은 놓쳐선 안될 멋진 축제 중 하나다. 시카고에는 유명한 재즈 클럽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 제일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Andy's 재즈 클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재즈클럽은 마이애미 여행시 보트 투어 항해사 분이 시카고 출신이라 반갑게도 알려준 곳이다. 우리가 간 곳은 좀 더 북쪽에 위치한 블루스 펍인 Kingston Mines다. 호스텔 가이드 덕분에 입장료를 반값만 내고 들어갔다.



유명한 곳이라 그래서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을 기대했는데, 근처의 여느 펍처럼 비슷한 외관이였다. 덩치가 산만한 흑인 아저씨의 우스꽝스러운 장난을 보니 오히려 더 무섭더라. 입장료를 내면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벌써부터 시작된 공연으로 조금 달아오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추울정도로 빵빵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내부에는 붉은 조명으로 약간은 몽환적인 기분도 들었다.





스테이지는 두 곳이 있는데 번갈아 가면서 다른 뮤지션들이 나와 블루스를 연주한다. 들어가서 시작된 Joanna Connor 누님의 신나는 블루스는 분위기를 들뜨게 하는데 그만이였다. 음악에 심취해 온갖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나보였다. 오자마자 블루스를 라이브로 듣자니 귀가 행복해 미칠 지경이다. 같이 호스텔에서 온 사람들 중엔 프랑스에서 온 한 친구가 있었는데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시카고엔 세미나 때문에 들렀다고 하는데, 마침 블루스도 같이 보러 와서 같이 자리했다. 일본에서 배낭여행하러 온 녀석도 있었고 쑥스러워서 그런지 한동안 말없이 웃기만한 체코 여성도 있었고...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라 괜시리 또 즐겁다. 캘리포니아에서 놀러온 두 녀석과의 대화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이 친구들은 내가 외국인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굉장히 빨리 말하는데 잘 못 알아 듣겠더라. 특히 미국인 가이드와 함께 이야기할시에는 정말 좌절을 느낄 정도로 발음이 빨랐다. 아마 이때가 두번째 찾아온 언어의 장벽이였을 것이다.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서울 대학로의 천년동안도에서도 라이브를 들으며 이런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는데, 정말 음악은 이렇게 들어야 제 맛인가 보다. 여기 저기서 즐겁고 흥겨워 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정말 즐거웠다. 시카고 도착하자마자 이리 저리 구경하느라 돌아다닌 탓에 체력이 다 빠졌는지 공연 막바지엔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사진 왼편에 벽에 기대고 있는 분이 가이드를 해주셨던 분인데, 호스텔에서 가이드 업무만 벌써 수년째 하시고 계신단다. 블루스 클럽까지 오면서 시카고 건축 역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최초의 엘리베이터도 이 분한테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오래된 건축물이 조금 있어 사고도 났었는데 받치고 있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도보에 있던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다는데, 요즘은 계속해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더라. 기분 좋은 음악을 아쉬워한채 호스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일본인 녀석이 클럽파티 차림으로 건너편에 서있던 금발미녀들에게 나랑 놀래? 이렇게 소리치길래 왠지 모를 쪽팔림을 느끼기도 했다....  술 좀 적당히 마시지 이눔아....




시카고의 여름은 축제의 연속이다. 밀레니엄 파크에서는 저녁에 Chicago Summer Dance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시민들이 나와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된다. 젊은 남녀, 노부부, 가족끼리 신나게 춤추는 모습으로부터 왠지 모를 부러움도 느낀다. 시원한 여름과 재즈, 춤. 보는 사람도 춤추는 사람도 모두가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Michigan Avenue에서 담은 시카고의 야경.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저녁은 어디든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시카고는 범죄율이 높은 편이라 더욱 더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Roosevelt Road 아래부터 특히 조심해야 할 지역이 나오는데, 내가 머무는 동안 총기 사건이 정말 많이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이 날 저녁에는 아직 덜 익숙한 탓인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서둘러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와서 처음으로 KFC에서 사먹어 봤는데, 양은 정말 많이 주고 짜긴 어찌나 짜던지 이런게 미국 맛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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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TRVL NOTE #1 - "첫 만남, 시카고의 아름다운 여름"
August 2008
TRVL NOTE by Alan Yoo


너무 많이 흘러버린 시간때문에 늦어버린 기록들이라 그 기분 그대로 담지 못할거 같아 망설여진다. 남은 건 수많은 사진들과 메모들. 며칠을 있던 것도 아니고 긴 생활을 한 시카고에서의 시간들은 여행기보다 생활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수첩에 적힌 메모들을 블로그에도 올리고 싶었었고 계속 늦어지면 머나먼 과거처럼 멀어질 것만 같아 정리를 시작했다. 이런 정리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라 시카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시카고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 학기를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이수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가게 되더라도 시카고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2008년 가을학기 수강을 위해 8월 중순의 무더운 한국 날씨 속에서 준비를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수십시간의 긴 비행끝에 도착한 시카고 오헤어(O'Hare) 국제공항은 이곳 저곳에서 도착한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였다. 비행기가 연달아 내리면서 출입국 심사소에서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소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항 벽에 붙어 있었던 시카고 환영 광고에 적힌 "Make it happen"이란 문구가 아직도 떠오른다. 6개월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기대감에 흥분된 나는 이런 고조된 마음이 돌아가는 날까지 이어질거란 생각도 못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기숙사 입사가 있어 그 전까지 머물 호스텔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학교 측에서 호스텔 비용을 대주고 셔틀버스 제공도 해줘서 이 시간 동안에는 관광객으로서 시카고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밤이 깊을 때 출발한 버스 창가에서 바라본 시카고 다운타운의 야경은 정말 멋졌다. 고층 빌딩들이 우거진 모습이 당시 Dark Knight 상영으로 기억에 또렷한 고담시티와 오버래핑되면서 색다른 기분을 맛보았다.



긴 생활을 위해 가져온 커다란 이민가방과 짐들로 인해 끌고다니기 힘들었다. 여행 수준이 아닌 생활 수준의 짐은 실로 차이가 굉장히 크다. 머무른 호스텔은 호스텔 체인으로 유명한 Hi Hostel의 시카고 지점으로 방 수준도 좋고 로비, 투숙객을 위한 각종 쿠폰, 이벤트 등이 다양해서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호스텔 로비에 선 나는 불현듯 찾아온 어색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문화, 인종, 언어 한 가운데 있는 기분이였다. 낯선 곳에서 청한 잠은 새벽같이 일찍 깨어났다. 로비에도 나같은 사람들이 몇 있었고 다들 가져온 랩탑으로 전화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말썽인 호스텔 무선네트워크 때문에 함께 불평을 떨었었다. 미국에서의 첫 날의 기록과 생각들을 워드에 써내려가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시카고에서의 첫 아침은 상쾌했다. 당시 너무나도 습했던 서울의 날씨와 비교될 정도로 한 여름에도 습하지 않은 시원한 시카고의 여름이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썬글라스가 없었던 나는 해가 있는 방향으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호스텔은 다운타운 내에서 남쪽에 위치했는데 버스나 지하철역이 가까워 돌아다니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호스텔을 나와 서쪽으로 가면 Chicago Stock Exchange가 보이고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Chicago Public Library가 있다. 위에 보이는 도로교통사인은 시카고에서 처음 찍은 사진이라 기분이 남다르다.

다운타운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State Street와 현재의 중심가인 Michigan Avenue을 걸으며 주변에 우뚝한 시카고의 자랑인 건축물들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큰 화재로 건물의 대부분을 잃었던 아픈 상처가 있는 시카고는 세계 각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프로젝트로 여러 건물들이 세워지며 건축 도시로 일약 떠오른 역사가 있다. 호스텔 가이드의 말을 따르면 세계 첫 엘리베이터을 가진 건물 또한 시카고에 있다고 한다. 뉴욕 여행 후에 느낀건데, 뉴욕 역시 초고층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도시이지만 사람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이상한 기운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같은 고층 건물들로 빽빽한 시카고는 그렇지 않았다. 특유의 정돈된 네모다란 느낌을 뉴욕에서 받았다면, 시카고에선 고풍적이고 오래된 흔적들이 남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만, 뉴욕에서의 인위적인 기운을 시카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시카고가 자랑하는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는 개장한지 몇년 안된 다운타운에 위치한 큰 공원이다. The Bean이라 불리우는 Cloud Gate와 시카고 시민들이 스크린에 나와 마치 입에서 물이 나오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는 Crown Fountain 그리고 프랭크 게리가 지은 Jay Pritzker Pavilion 등 굵직굵직한 건축물과 예술이 있는 시카고 시민들의 쉼터이다. 바로 옆에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Symphony Orchestra까지 위치하고 있어 문화 생활을 하는데 이만할 수가 없다.

밀레니엄 파크의 건축물 중 The Bean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재미난 조형물이다. 겉모습이 마치 콩을 닮았다고 하여 원래 이름인 Cloud Gate보다 The Bean으로 더 많이 불리운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형물의 반사되는 재질때문에 사진처럼 주위 환경이 아름답게 반사되어 보여진다. 안에서는 천창이 어디 높이 까지 있는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착시현상도 보여준다. 사진은 The Bean 내부의 정 가운데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들 즐거워하며 신기해하는 모습들이 가득했다.



프랭크 게리의 아름다운 Jay Pritzker Pavilion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지는 곳으로 커다랗고 특이한 조형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시카고에선 특히 여름에 야외 행사가 많이 펼쳐지는데 이곳에선 음악 공연이 자주 펼쳐진다. 때마침 한 오케스트라가 저녁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이라 기분 좋은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밀레니엄 파크를 즐길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 속 한적하고 드넓은 공원,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까지 더해진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가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 날은 다니게 될 IIT를 방문코자 가보았다. 학교 바로 옆에는 메이저리그 팀인 Chicago White Sox의 홈구장이 있어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굉장히 가까이 있어 내가 머문 기숙사 창문으로 폭죽 터지는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시카고 다운타운을 가르는 Chicago River는 주위의 고층 건물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낸다. 화창한 날씨 속에 산책 나온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내내 즐거움을 느꼈다. 시카고는 Chicago River와 바로 옆에 있는 오대양 중 하나인 Lake Michigan이 있어 보트 투어도 즐기고 북쪽에는 해수욕장까지 있어 바다 옆 도시가 부럽지 않다. 날씨 좋은 여름에는 Lake Michigan에 빽빽히 정박 중인 보트들을 볼 수도 있다. Lake Michigan에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뜨거운 시카고를 식혀준다.



독특한 구조로 인해 눈에 띄는 이 쌍둥이 건축물은 Marina City로 시카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1/3 정도가 주차장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주거용으로 쓰이는데 부채꼴 모양의 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커다란 건물을 이루는 모습이 상당히 독특했다. 시카고 가기 전 사놓은 여행책에 담긴 Marina City를 눈 앞에서 보는게 재미있어 사진으로 하나 남겨두었다.



시카고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Navy Pier는 작은 놀이 공원이라 불러도 좋다. IMAX, 놀이시설, 보트투어, 쇼핑몰 등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이곳은 마치 서울의 COEX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선 그늘 찾기가 힘들어 따가운 햇빛 속에 오랜 시간을 있다보니 어찌나 힘들던지 바로 옆의 Sunglass Hut에서 무심코 선글라스를 충동 구매 할 뻔했다.



미국에 처음 와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바로 Apple Store였다. MacBook Pro를 산지 얼마되지 않아 애플에 열을 올릴 때라 한국에는 없는 Apple Store에 꼭 가보고 싶었다. Michigan Avenue를 따라 이동 중에 발견한 Apple Store를 보고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으로 찍었다. 이날 오후에는 중심가인 Michigan Avenue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쇼핑 등 나들이를 하면서 시내 곳곳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때마침 North Beach에서는 Air Show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일년에 한번 하는 큰 행사인지라 수천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근처에서 운행하는 버스도 못타고 수 정거장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Lake Michigan은 너무나도 큰 면적의 호수라 호수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큰 규모라 작은 바다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해수욕장까지 있는데 말이지. 너도나도 담요랑 간이의자를 가지고 나와 해변가에 자리 잡아 관람을 하고 있었는데 멋진 곡예팀들이 펼치는 에어쇼는 장관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펼쳐지는 에어쇼는 마치 하늘이라는 큰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다를 바 없었다. 에어쇼가 끝나고 근처 잔디밭에서 누워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했는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평온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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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Note

from Diary 2009/06/06 02:06


작년에 구입한 몰스킨 레드를 이제야 쓰고 있다. 몇 해를 지내면서 샀던 플래너, 다이어리들은 사고 단 한번도 제대로 쓴 적이 없기에 이것을 구입할 때도 상당히 망설였던걸로 기억한다. 내 삶이 수첩에 스케쥴을 정리할정도로 바쁘지 않은 것 같고, 왠만한 것들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기 때문에 무언갈 적으면서 스케쥴을 짠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얼랑뚱땅한 성격으로 보이나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은거 같다.

약간 바쁜 생활의 연속이고 스케쥴이 계속 겹치고 이어지는 와중이라 머릿속이 터질 듯하여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중에 서랍 속에서 미라처럼 잠든 몰스킨을 꺼내들었다. 구글 캘린더나 텍스트파일로 스케쥴 정리하는게 내겐 소용없는 몹쓸 짓이라는 걸 알았는지 스크린 밖에서 무언갈 찾고 있었다. 오랜만에 열어본 수첩에는 단 한장이 뜯겨나간 흔적 뿐, 새 것과 다름없었다. 옆에 끼어있는 스티커는 훌러덩 버려버리고(이런거 줘도 안쓴다) 페이지에 스케쥴 정리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학교 과제, 프로젝트로 가득차니까 눈물난다.

그나저나 어제 Adobe CS4 를 설치했다. Flex Programming, Photoshop CS4 Digital Classroom을 구입해(아마존에서 $24, 인터파크에서 \56,000.. ㅅㅂ) 열공 아닌 열공을 해야겠다. 어제 오늘 책을 좀 보니 흥미로운 것들이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아서 출발은 순조롭구나. 개발자가 아닌 녀석이 개발자가 보는 책을 보려니 골때리는 문제가 있어 특수용어 검색하면서 찾아보려니, 마치 예전에 영어 사전으로 단어 하나 하나 다 찾아보며 영자신문 보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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